주소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성곡로 118-15 신남빌딩 3층 (오정동 140-80)

전화  032-672-4620  팩스  032-678-4620   이메일  isepuma@sepuma.or.kr

[2019 도보여행] 나를 돌아보고, 너에게 다가가고, 우리가 되어가는 길

October 31, 2019

 

 

글: 생활교육국 정덕진

편집: 경영기획국 김현선

 

 

 

10월 13일: 출발 전날

 

출발 전날, 세품아 3층 사무실은 아이들과 선생님들로 북적였다. 일요일이었고 휴무인 선생님들도 있었으나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한 선생님들은 결국 전원이 되어 짐을 싸게 되었다. 휴일 출근까지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회의실 정중앙에 '챙겨 가세요' 하듯 대놓고 올려둔 모자를 챙기지 못했다. 그 덕에 가을볕의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았다. 심지어 생활교육국 국장님이 전화하기 전까지, 모자를 놓고 온 걸 아무도 몰랐다. 

 

10월 14일: 1일차

 

 

"너를 돌아보지 못해도 괜찮아. 

남을 신경 쓰지 못해도 괜찮아. 

그냥 우리가 함께 걷는다는 것만 생각하자."

 

아침 10시에 모든 인원이 모여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그 후 세품아 앞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두려움을, 누군가는 설렘을, 또 다른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여행임을 상기하며 차에 올랐다.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걸어야 하고,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신나 있었고, 길을 이끌어야 하는 선생님들은 지도와 휴대폰을 열심히 보며 가능한 안전한 길을 고르려고 애쓰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 함께 국수를 먹고, A팀은 갈곡리 성당으로 B팀은 양주 시청으로 흩어졌다.

 

 

A조 1일차 : 갈곡리성당 -> 경기도 동두천시 탑신로237번길 111 (24.83km)

 

B조 1일차 : 양주시청 -> 경기도 동두천시 탑신로237번길 111 (21.73km)

 

 

막상 출발을 앞두니 다들 걱정이 되었는지 잠시나마 정적이 흘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준비했던 간식을 나눠주고, 호루라기 신호와 함께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도보여행이 시작됐다. A조와 B조 그리고 지원팀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위치를 공유하고 필요시 협력하는 구조를 가지며 걸어갔다. 사전답사 때와 달리 생각보다 길은 험하고 길었다. 그래도 미리 알아둔 휴식처가 있어 아이들은 큰 불평 없이 이동을 계속했고, 선생님들이 지칠 때에도 아이들의 입은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A조의 경우 특히 어린 친구들이 많았는데, '솔의눈'이라고 별명이 붙은 세 아이들은 조용할 틈 없이 서로에게 장난을 치거나 초성퀴즈를 하면서 걷고, 몇살 더 많은 친구들은 선생님 옆에서 고민을 털어놓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렇듯 A조가 활기찬 분위기에서 이동을 했다면 B조는 맴버쉽을 유지하며 단결력으로 이동했다. 스스로 안전에 유의하며 서로간의 간격을 유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차선을 넘거나 위험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문제는 오후 5시가 넘고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B조에선 첫날 도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A조는 가야 할 길이 7km나 남은 상황이었다. A조가 B조에 비해 늦장을 부린 것도 아닌데 이런 차이가 벌어지자 A조 선생님들이 조급해졌다. 30분만 지나도 날은 급방 춥고 어두워질 텐데 남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초반에는 1Km에 15분 정도 걸렸다면 지금은 20분을 넘겨야 했다.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2시간 2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했는데, 저녁식사도 하지 않은 채였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첫날이지만 지원팀의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거나, 저녁을 먹지 않고 이동해 시간을 단축하거나, 늦더라도 저녁을 먹고 완주하는 것. 선생님과 아이들은 안전한 길에 멈춰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했고, 늦더라도 저녁을 먹은 후 걸어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근처에는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동네에 있는 피자집으로 향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셨다. 아이들이 포천까지 걸어가는 중이라고 말씀드리니, 기특하다며 서비스로 음료수를 주셨다. 맛있는 피자와 낯선 어른의 호의에 아이들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다시 길을 나서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한 아이가 피자집 화장실 열쇠를 가지고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선생님 한 분과 돌아가 열쇠를 반납하고, 남은 아이들과 선생님은 천천히 이동했다. 날이 춥고 급하게 피자를 먹어서인지 중간에  구토한 아이도 있고, 가는 길에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 산에 올라가 땅을 파고 속을 깨끗히 비워낸 친구도 있었다. B조가 일찌감치 도착해 씻고 휴식을 즐기고 있는 사이, A조는 9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오는 도중 선생님들이 아무리 차를 타자고 해도 아이들은 계속 걷길 원했고 큰 문제 없이 하루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는 거다. 


게다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달려와 반겨주며 안아주는 B조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있어 A조 모두가 감동을 받았다. 개운하게 씻고 몸을 녹인 후 QT를 진행하며 하루를 나누었다. 걷는 동안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본 친구도 있고, 다른 친구가 힘들어 하는 모습에 격려하고 응원하며 친구의 가방을 대신 들어준 친구도 있고, 대열의 맨 뒤에서 아이들을 챙기거나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친구도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선생님들은 웃으며 오늘은 시작일 뿐 내일부터가 진짜라고 일러주며 첫날을 마감했다. 그러고도 숙소 곳곳에서 아파서 끙끙거리거나 감기에 걸려 시름거리고 체기가 있는 아이들이 있어, 그 아이들을 위해 안마를 해주거나 약을 먹이며 돌봐주는 아이들까지 모두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잠자리에 든, 노곤한 하루였다. 

 

10월 15일: 2일차

 

 

"혼자 걸었다면 더 빨리 걸었을 거야.

하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걷진 못했겠지.

나와 너, 우리가 있어

힘들고 어려운 이 길을 잘 걸을 수 있었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야.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먼 길도 웃으면서 걸을 수 있어."

 

 

2일차는 약 40km를 걸어야 하는 대장정이었다.  A조와 B조의 이동경로가 같아 B조가 30분 먼저 출발하고 A조는 조금 더 쉬고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A조 아이들이 자기들이 먼저 도착하고 싶다며 빨리 이동하자고 졸랐다. 이기는 것이 여행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각자의 방을 정리한 뒤 B조를 따라 나섰다. 일교차도 심하고 이른 시간부터 걷기 시작한 탓에 아이들은 쉬이 지쳤다. 어제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아서인지 속이 뒤틀린 아이들이 화장실에 들르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속도가 더 늦춰졌다. 

 

경기도 동두천시 탑신로237번길 111 -> 스카이펜션(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등사길 35) (41.1km)

 

 

먼저 걸어간 B조에게 후기를 전해 들으며 걷고 또 걸었다. 이 날 기억에 남은 건, 그저 걷고 또 걸었다는 것 뿐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가진 뒤 다시 걸었다. 그때까진 아직 많이 남은 거리에도 불구하고 다들 자신만만해 했는데 잠시 뒤 펼치질 지옥의 코스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왕방산! 높이가 꽤 높았는데 가는 길에 차도 많고 길이 험했다.  더 편한 길로 돌아갈까 했지만 우회할 경우 늘어날 거리로 인해 결국 힘들어도 짧은 길을 선택하게 됐다. 


아이들은 첫날과 달리 너무나 힘들어했다. 선생님들까지 아이들의 안전과 간격 유지를 위해 걷다가 뛰고 뛰다가 걷길 반복하다 페이스를 잃고 지쳐갔다. 모두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그때, 갈 길은 여전히 멀었다. ‘포기하고 싶다, 차타고 싶다, 그만 두고 싶다,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다, 왜 도보여행을 하자고 했을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사이, 왕방산 꼭대기에 올라서게 됐고 10여 분 가량을 쉬고 다시금 길을 나섰다. 

오르막을 벗어나자 아이들은 다시 힘을 찾았다. 재잘거리며 20여 분을 내려가니 한 상점이 우리를 반겨줬다. 첫날처럼, 상점에 계신 어른이 '어디에서 어디를 가는지, 왜 하는지' 등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아이들은 웃으면서 휴식을 얻었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을 주시며 힘내라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더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왕방산에 올라갔다 내려오자 저녁시간이 되었다. 목적지까지는 10km 정도가 남은 상태였는데 그 이상 가면 음식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고, 그곳에서도 좋은 어른을 만나 서비스 음료를 기분좋게 마셨다. 따뜻한 곳에서 배를 채우고 다시 걷고 있는데 지원팀한테서 연락이 왔다. 날이 생각보다 빨리 추워지고, 산을 통과해 가야 하는데 빛이 없어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먼저 간 B조에게서, 미리 찾아둔 경로는 사유지를 지나야 하고 앞에 문이 잠겨 있어서 돌아가려면 6km도 더 걸어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7시가 넘었는데 16km를 이동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되어 짐을 차량에 실고 사유지 앞까지 이동한 후, 그곳에서 차로 목적지인 펜션까지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건, 아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다들 먼 길을 걸어 지친 상태라 쉽게 차에 타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제까지 힘들게 걸었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차에 타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며,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내일도 걸어야 하는데 오늘 너무 무리하면 오히려 여행 전체에 안 좋을 수 있다고, 오늘만 보지 말고 도보여행 전체를 보자며 실랑이를 한 후에야 겨우 차에 태울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불과 몇 분 전의 실랑이가 무색하게 차에 타자마자 모두가 잠들었다는 것이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B조는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A조는 QT를 하고 잠에 들었다. 아이들이 다 잠든 걸 확인하고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일차 일정을 돌아보며 회의를 했는데, 너무 길었던 이동거리와 길 자체의 어려움 등 도보여행 준비 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아 이야기가 쉽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10월 16일: 3일차

 

 

"끝이 보인다.

도보여행은 끝이지만 우리들은 계속 걸어 가야겠지?

그래도 이 기억은 잊지 말자.

힘들고, 괴로워도 끝내 해냈잖아?"

 

3일차에는 이동거리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치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던 터라,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마지막 날인 만큼, 빠르게 걷기보다는 냇가가 보이면 발도 담그면서 자연을 즐기며 가자고 했다. 실은 걷기 불편해 하는 아이와 부상을 입은 선생님이 있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였지만 그대로 이야기한다면 아이와 선생님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스카이펜션(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등사길 35) ->달빛글램핑(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사기막길 67-6) (13.7km)

 

 

느긋하게 사진을 찍으며 이동하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도보여행의 마지막 날이니 목적지에 먼저 가 고기도 구워놓고 아이들을 맞이하겠다는 이야기였다. 5시 반 이후에 도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아이들 몰래 돌아가기도 하고 여유있게 쉬기도 하면서 목적지를 향했다. 5시 반에 도착하려고 부러 그랬는데 정작 도착 시각은 6시를 훌쩍 넘기게 되었고 모든 일행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기까진 그후로도 한 시간이 더 필요했다. 

 

 

개운하게 씻고 잠시 휴식을 즐기자 고기파티가 시작됐다. 격려차 오신 선생님들은 열심히 고기를 굽고, 3일 동안 열심히 걸었던 아이들은 걸신 들린 듯 먹어치웠다. 그렇게 밤 하늘에 뜬 별들을 보면서 도보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즐겼다. 식사를 마친 후 서클을 진행했다. 도보여행 하면서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 아쉬운 점을 나누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위로, 격려, 파이팅이 좋았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 기분이 좋았다.

친해져서 좋았다.

행복하게 길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들 감정 조절을 잘하고 최선을 다해서 좋았다.

 

도보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기간이 너무 짧았다.

완주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차를 탄 게 아쉬웠다.

둘째 날이 너무 길었다.

내가 힘들다고 화를 냈다.

늦게 도착해서 놀지 못한 게 아쉽다.

평소에 걷지 않아서 다리가 아팠다.

 

이 여행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좋은 추억으로 한 번 더 가고 싶다.

뜻깊은 여행이었다.

도전을 해서 좋았다.

내 자신을 알게 된 시간이었고, 재미있는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살면서 하고 싶은 도전을 하나 이루었다.

협동심과 도덕, 그리고 끈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019 세상을품은아이들 도보여행 만족도 조사

 

 

다음날 전원 차에 탑승해 부천으로 돌아왔다. 끝없이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차에 타자마자 잠들어버렸고, 시끌시끌하게 3일을 걸어온 것과 달리 아주 조용히 2시간만에 세품아로 돌아왔다. 

 

#아이의변화가세상의변화로 #세상을품은아이들 #세품아 #도보여행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교보생명

Please reload